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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메가박스 1관 E열 9번

2016년 2월 6일 관람

사실은 캐롤을 보고 싶었는데 이런 시골에서는 아무래도 캐롤 상영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라 그냥 극장을 가질 말아야지 싶었는데 엄마가 극장 나들이라도 갈까 하는 얘길 하셔서 보니 볼만한 게 쿵푸팬터3 정도더라. 사실 쿵푸팬더 시리즈는 뭐 기본치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기 때문에 시간이 되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뭐 이렇게 기회가 왔으니 바로 예매하고 보러 갔다.


솔직히 나도 대천같은 곳에서 사람들의 관람 매너같은 것을 그렇게 많이 기대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번 관람을 정말 해도 너무해서 힘들었다. 폰딧불이 이런건 진짜 비교도 안되는...지금 다시 떠올리니 또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느낌.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영화를 너무 박진감 넘치게 보시는 게 문제였다. 중년 아줌마 아저씨들 같은 경우에는 영화를 보다가 혀를 찬다던가 뭐라 욕을 한다던거 아이고 저거 어떡해 하면서 한번씩 말하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좀 짜증나는 일이긴 하지만 뭐 영화에 몰입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한다. 공포영화 보다가 무서운 장면에서 몸을 들썩이거나 비명을 지르는 그런 맥락이라고 보니까. 그런데 내 옆에 앉아있던 분은 진짜 무슨 10분에 세 번은 아이고 저걸 어째, 아이고 저거 큰일났네, 아이고 안돼! 하는 식으로 인터액션 무비를 즐기시더라. 거기다가 나중엔 영화에 얼마나 몰입을 하셨는지 주인공 '포'의 액션 동작을 몇 번씩 따라하시는데 ㅎㅎ...ㅎㅎㅎ...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포가 카이를 이기는 장면에선 두 팔을 모아서 부들부들 떠시더라. 그래서 한편으로는 영화가 재미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짜증이 미친듯이 솟구치는 상황이 지속되니까 나중에는 내가 이런 재미있는 영화조차 온전히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그런 사람인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면서 혼란에 빠져들었다.


거기에 더해서 앞줄 왼쪽에서 뭔가 진동소리가 자꾸 들렸는데 그게 어떤 몰상식한 사람이 핸드폰으로 뭘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극장 시설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줄 왼쪽의 어린이 여러분께서 뭔가 장난감을 갖고 놀아서 그런 것 같았는데 몇초간 계속해서 강한 진동이 울리는 장난감이란게 뭐가 있을까 핸드폰도 그런거 잘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렇다면 시설 문제일까...? 하는 식으로 혼란스러웠다. 내가 영화를 어떻게 끝까지 정줄 놓지 않고 봤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문제.


관람 매너에 대한 얘기는 이쯤 하고, 극장의 시설에 대한 얘길 해보자면...사실 메가박스는 새로 생긴 관일수록 시설이 괜찮은 편이다. 특히 의자가 좋음. 물론 어쩌면 서울같은 대도시에 한정되는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 하지만 보령 메가박스의 경우에는 비교적 최근 들어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꼭 새로 생긴 관이라고 하기 어려운데, 왜냐하면 여기가 원래 롯데시네마가 들어와서 장사를 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건물 임대료를 계속 체납하다가 운영주체가 야반도주를 했다나 뭐라나.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텅 빈 시설에 메가박스가 들어온 셈이라 시설 자체는 그냥 그대로 쓰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의자가 좀 구린 편이긴 한데 그렇다고 뭐 엄청 별로인 의자는 아니다. 솔직히 왕십리 CGV 아이맥스관 의자보다는 훨씬 나음.


스크린의 경우에는 뭐 '당연히' 마스킹을 안해준다. 뭐 기대도 안했다. 다만 스크린 크기는 나쁘지 않은 수준. 보령 메가박스 1관의 수용인원은 총 134명인데, 서울에서 이정도 크기의 관이면 진짜 무슨 소극장 수준의 스크린을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 1관은 관객석 깊이는 줄이고 폭을 늘려놓은 형태로 되어있어 나름 큰 스크린을 즐길 수 있다. 영화를 집중해서 보고싶다면 E열이나 F열 중앙을 추천드리고, 데이트하면서 영화관에 들어와 애정행각을 하고 싶다면 왠만하면 근처 모텔방을 잡는걸 추천드리지만 여의치 않다면 H열 1, 2번이 좋지 않을까 싶다. 여긴 좀 다른 좌석이랑 멀리 떨어져있어서...물론 그래도 개처럼 욕처먹을 가능성은 농후하지만.


음향은 뭐...별달리 할 말이 없다 그냥 평범한 극장 음향이다. 딱히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 뛰어난 것도 아니고. 사실 이정도면 됐지 뭐 싶은 수준의 음향.


보령에는 메가박스 말고 명보 시네마(예전엔 명보극장이었다)라는 극장이 하나 더 있는데, 여기는 내가 초중딩때도 존재하던 그야말로 역사와 전통이 살아숨쉬는 극장이다. 중고등학생일 때 진짜 많이 갔었는데 롯데시네마가 들어오면서 망했다가 롯데시네마 야반도주 후 메가박스가 들어오기 전에 어찌저찌 부활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길 가볼까 하다가 걍 부모님이 메가박스를 가자고 하셔서 못갔는데, 나중에라도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메가박스랑 좀 비교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영화를 정말 열심히 보던 때의 추억도 있고 하거든. 진짜 이런데서 캐롤같은 영화를 보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안틀어줘서 정말 아쉽다. 근데 뭐 동네가 이런 시골이니 어쩔 수 없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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